아는 형의 부탁으로 사진 촬영을 도와주러 갔다. 형의 여자친구분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올릴 주얼리 사진이었다. 주얼리 사진은 워낙 전문적인 분야인데다 나는 그 쪽 전문이 아니니 애써 나설 것은 아닌데 뭐 쇼핑몰용 사진이니 크게 부담가질 것은 없었다. 촬영을 도와주고 리터칭 방법도 간단하게 일러주었다.
고맙다는 뜻으로 그 분은 수육을 삶아서 내어 오셨는데, 이른 점심을 먹고 한참을 아무 것도 목 먹은 속은 쓰릴 정도로 아팠고, 허기진 속을 채우려고 얼른 몇 개 먹고 나니 이상하게 속이 더 아팠다. 빈 속이이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오랜만에 수육을 제대로 먹을 기회였는데, 못 먹고 물러 나와야 하는가. 아 저 산처럼 쌓인 흰 비계덩어리여. 멀구나.
속이 점점 더 아파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간다고 하고 나왔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속이 쓰린 거랑은 어째 좀 다른 느낌. 설마? 지하철역까지 가볍게 뛰었다. 아, 체한 거구나. 너무 급하게 먹었구나. 아, 새우젓의 빈자리가 크구나.
집까지 오는 동안 가볍게 뛰고, 와서 소화제 먹으니 잘 때쯤에는 속이 편해진다. 자려고 눈 감으니 두고 온 수육이 아른거린다.
내 치열하고 슬픈 지난 주말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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