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2일 일요일

dp1





새 카메라는 시그마에서 만든 무늬만 똑딱이 DP1이다. 새로 샀다.

내 밥줄로 쓰고 있는 SLR이 갖는 몇 가지 단점을 극복해보려는 시도다.

3년 넘게 일상적으로 45mm 화각을 써 왔다. 멀리 있는 것을 당기지 못 하고 가까이 있는 것을 밀어내지도 못 하는 화각이어서 이 랜즈를 쓰는 동안 나는 피사체 앞에 정면으로 마주서는 연습을 했다. 이집트인들이 그려내던 정면의 그림들처럼, 렌즈는 피사체를 보기 좋게 포장하지 말고 단지 본질 앞에 서기를 요구했다. 스며들기도 했고 덥쳐들기도 했던, 본질을 보겠다는 시도는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다.

새 카메라는 28mm 고정 화각이다. 광각이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넓게 보이고 멀게 보인다. 코 앞에 섰던 피사체가 저만치 물러나며 나와 피사체 사이에 있었으나 보이지 않았던 공간을 도드라지게 한다. 작은 카메라를 쓰는 것도 처음이고 광각을 주로 구사하는 것도 처음이라서 카메라는 손에 잘 안 익는다. 작은 새 카메라가 내 손에 익숙해지고 28mm 화각이 눈에 익는데는 제법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낯선 것과 만나서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긍정해야 한다. 부대끼는 어색함과 불편함도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맞아갈 것을 알고, 그 곳까지 가는 시간의 길이도 자연스러운 것을 알겠다. 다만 익숙하던 것이 멀어지는 데 걸릴 더 긴 시간도 함께 긍정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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