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한국 #1
어려서 누나는 아팠다. 멀리뛰기하다가 다쳐서 두어 달 아버지 등에 업혀 학교 다녔다. 그리고 사방으로 찾아다니며 치료 받아서 겨우 낳았다. 아픈 동안 다시는 누나가 누나의 두 다리로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다쳤던 것처럼 갑자기 낳았을 때 부모님은 우셨다.
다 자라서 누나는 아팠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큰 수술을 하고 매형이 병수발을 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 매형이 우셨는지, 또 부모님이 우셨는지 나는 모른다.
건강한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나는 백화점 1층 걷는 중에 들었다. 마음 졸였었는데, 마음 쓸까봐 심한 당부도 못 하고 그저 속으로 빌고 기다렸는데, 출산 후 기운 빠졌지만 건강한 누나 목소리를 듣고 백화점 1층에서 나는 울었다.
얼른 와서 조카들 사진 찍으라는 무언의 압박.
아이들은 흐리고 낮은 하늘의 세상과 첫 대면했다. 저 작은 것이 사람이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내게 안긴 아이는 초점 잡기 힘든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그러니까, 이 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존재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것일 테다. 아직 익히지 못한 사람의 언어 대신, 전할 수 없는 언어로 어쨌든 무거운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누나는 웃었다.
내년 한국에 갈 때는 예쁜 아기 신발 두 켤레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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